Photos/Scene & Trip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Melphi 2012. 3. 9. 02:40


앞을 못보는 이들이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사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법한 이야기입니다.

삼성이 후원하는 insight展에 다녀왔습니다. (  http://www.howtosharesmart.com/ )

' 한빛맹아학교의 학생 11명이 대기업에서 쥐어준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선다.  그것도 프로사진작가 1명과 함께 ' 

훌륭한 마케팅입니다.

실제로 사진전에 가면 갤럭시 노트나 컴팩트디카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것들을 직접 조작하여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도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골적인 마케팅에 비위가 상하지 않을만큼, 이 학생들의 사진들은 정말 볼 가치가 있었습니다.

위에 있는 링크에서 작가별로 인터뷰 영상을 열람할 수 있지만,

이들은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에 의존하여 사진을 찍기 때문에 

귀에 카메라를 대고 찍는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매우 훌륭하지요. 
 

이들은 아마 황금분할 구도를 모를 겁니다. 쓸모가 없으니까요.

아니, 어떤 구도를 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 칼핀이니 노이즈리덕션이니 하는 단어는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들이 담아낸 사진에는 기억이 있더군요. 느낌이 살아있고, 생동감이 있고, 재치가 있었습니다. 

마치 저에게 '사진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야'라고 항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활동이다보니 당연히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시각적인 효과에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하지만, 그런게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이들이 멋진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감각에(특히 청각) 최대한 집중하여 시각을 보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관객이 작가의 주관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는 것- 

사진은 정말 멋진 작업인 것 같습니다. 

작은 감동에 도록을 두 권이나 사갖고 왔습니다. 

열람하고 싶으신 분은 말씀하시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