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칼럼 Columns

전역 : 25개월 2주 778일, 결산.

Melphi 2004. 1. 16. 11:24
오랜만에 쓰는 다이어리네요. 집에 인터넷도 안되고, 인터넷을 할 시간도 별로 없는 요즘은 선물로 받은 예쁜 일기장에게 "폐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경어도 써주지만 대부분 반말로 무언가 할 말을 담아놓죠. 뭘 그렇게 쓰냐구요? 글쎄요.(웃음)

2004년 1월 19일부로  병장 만기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2월 2일이 전역 예정일이었는데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저도 2주 단축의 수혜자가 되었죠.

언젠가 학교 선배가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던 모 대기업에 입사한지 1년 만에 퇴사하면서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일이 많고 몸이 힘든 것보다도 더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은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 사람 참 멋지다' 싶은 회사 선배가 없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군 생활은 저에게 축복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사람이죠.  

전입 당시부터 작년 9월 18일부로 전역할 때까지 저의 롤 모델이었던 슬기(저의 프로필에도 언급되어있는 이슬기 예비역 병장 바로 그 사람입니다^-^;)를  비롯해서 장교계 선임 승범이 형, NCO 형호 형, 선임병장이었던 유돈이 형과 남선이 형, 태준이 등의 좋은 선임병들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특히, 슬기는 저에게 존경의 대상 그 자체였죠. 나중에 제가 고참의 반열에 들고, 선임병장을 맡았을 때 '슬기가 나에게 롤 모델이었듯이 나도 후임들에게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다녔을 정도니까요. 아마 군 생활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열심히 했던 때가 선임병장을 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덧, 로냐프 강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라벨이 퀴트린을 보았듯이... 정도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비유가 될 것같군요^-^;)

이제는 다 과거가 되었습니다. 이젠 생의 다음 역에 도착한 것 같군요. 종착역에 이를 때까지 군에서 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군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동기 - 준호, 대년이, 비호 -  에게 가장 고맙습니다. 멋진 녀석들이죠.
슬기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룸메이트이자 참모(-_-;)였던 기민이 형과
마지막으로, 재형이과 철민이를 비롯한 단본부의 후임병들에게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