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Scene & Trip

망설임 (1)

Melphi 2006. 9. 15. 02:34


서울여대 사진동호회에 올린 글을 그대로 퍼왔습니다. 이 사진은 제2회 사진전시회에 출품하려고 찍은 습작입니다. 제가 정한 주제는 '망설임'이지요.

=================================================================================
아, 새벽 2시 15분입니다. 내일 정상적인 상태에서 출근하리라는 기대에는 접은지 오랩니다... =_=;;

어제는 퇴근하자마자 카메라를 가지고 신촌으로 갔습니다. 원래는 한강에 갈 생각이었는데(사실 거의 다 갔었습니다;;) 왠지 심심하기도 하고... 야경을 찍지 않을 이상에야 한강에 가서 소재 찾기가 어려울 꺼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그냥 제가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편한 곳으로 발길이 돌려지더군요. 무엇보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 '망설임'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서강대부터 연세대, 이화여대에 이르는 길을 모두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주제는 피사체를 렌즈에 담으려는 것보다 저의 마음을 렌즈에 담으려는 시도였기 때문에 (왜 그랬을까;;) 오히려 마음 가는대로 막 찍고 다녔습니다. 사진 찍기 시작한 후로 이렇게 막 찍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일부러 사진을 흔드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이더군요 =_=;; 갑자기 유이가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하는...-_-a

중간에 어딘가에 들러 혼자 냉면을 먹고 - 저 냉면 진짜 좋아해요 +_+_+ - 이대까지 흘러갔을 때, 갑자기 번득 떠오르는 곳이 있었는데 신촌에 있는 횡단보도였습니다. 원래는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없었는데 3년쯤 전인가... X 자로 횡단보도를 그려놓고 한번에 모든 방향에서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지요.

그 횡단보도를 15번은 넘게 건넌 것 같습니다. 사진을 연사로 놓고, 아예 흑백으로 바꿔놓고 건너가면서 마구 샷을 날리는 거지요. 지나가는 사람들... '별 희한한 녀석 다보겠군' 하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_=;; 그도 그럴 것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을 걸어가며 눈에 띄는 카메라를 들고 매우 성의없게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사실 그게 성의였는데 말이지요^^;

이 사진이 나왔을 때야 비로소 횡단보도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제가 상상했던 것에 근접한 결과물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포토샵으로 크기만 줄여놓았을 뿐, 원본에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은 사진입니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길과, 사방에서 몰려드는 다른 생각들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도 있고, 매우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고...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지만 저의 '망설임'은 이 느낌과 유사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이라고 붙여놓은 것은... 다른 소재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도 해볼 생각이기 때문이에요^^; 그럼, 즐감하세요

글을 마치니 2시 50분이군요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