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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Review, "알렉산더"

Melphi 2005. 1. 3. 22:25
알렉산더의 생애에 대한 디스크버리 채널용 필름으로는 최고.
상업영화로는 최악.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본 영화였다. 직접 예매도 했고 나름대로 기대감에 부풀어서 보았었다.  결과는 가족들에게 민망했고, 스스로는 괜찮았다.

일단 이 영화는 지루하다. "Brave Heart"나 "Gladiator"같은 영웅의 서사시나 감동의 도가니를 기대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 자체가 실존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감동하게끔 만들거나 마케도니아의 세계 정복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감독은 오히려 알렉산더라는 한 인물이 어떤 인물이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점점 편집증적이고 광적인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무너져가는 - 결국 요절하는 - 과정을 어떻게 그려냈는지가 주관심사였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하는 관객이 있다면 알렉산더는 - 다소 지루하지만 - 볼만한 영화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휘하의 장수로 훗날 이집트에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세우는 프톨레마이오스 장군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 회상 자체가 너무 길고, 또 너무 지루하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내레이션도 영화의 맥을 끊기게 한다. 구성 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가우가멜라 전투까지의 전반은 정말 회의가 들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뒤에 말하겠지만 이 영화는 구성 면에서 미괄식인 영화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일 수록 처음에 강한 스토리를 내세워 관객을 끌어들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전쟁이 주 스토리인  영화는 그 전쟁의 명분과 타당성을 관객들에게 이성적, 감성적으로 설득해야 지루하지 않다. (e.g. "Gladiator"에서 러셀 크로가 싸우는 명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톰 행크스가  죽을 고생을 하는 이유 등) 알렉산드로스는 그런 것이 잘 설명되어있지 않다. 처음부터 관객들은 "얘네들 왜 싸우는거지?"하는 생각만 들 뿐, 그 전쟁에 몰입하지 못한다. 중반부가 지나서야 깨달았다. 이 영화는 관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데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대신 이 영화는 왜 알렉산더가 광적으로 전쟁에 매달리는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하나 하나 풀어나간다. 말하자면 두괄식이 아닌 미괄식인 영화인 셈이다. 문제는 이미 대다수의 관객은 뒤에 나오는 결론을 보기 전부터 지친다는데에 있다. 알렉산더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지루해서 견디기 어려운 영화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상업 영화로는 실패작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상업 영화는 훌륭한 내러티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면이 많은 영화였다. 상영 후 가족들의 혹평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차라리 인크레더블 예매할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