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칼럼 Columns 7

My Road Not Taken

옛날에 방송 MC가 되고 싶었던 시절에는, 궁극적으로는 내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내 꿈이었다. 방송 한 꼭지를 보고 내 인생에 대해 다시 곱씹어볼 수 있는, 즐거움과 해학과 통찰이 담긴 그런 진행을 해보고 싶었다. 길은 내가 원했던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내가 해외로 보낸 학생들, 내가 한국으로 데려온 학생들이 성장하고 인생이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본질적으로 내가 예전에 꿈꾸었던 그런 일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우연찮게 발을 내딛은 서울여대에서 내가 벌써 8년이 되도록 자리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It's so rewarding! 최근에 나와 같은 업계(?)에 있는 외국대학의 담당자들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하기도..

껍질을 깬다는 것...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018&article_id=0002153017 올해 갑자기 각성해서 리그 타격왕을 넘보고 있는 LG 트윈스 박용택 선수. 이 기사에서 말하는, 팬들이 갖고 있는 편견들을 나도 예외없이 갖고 있었다. 박용택. 79년생. 휘문고-고려대 졸. 2002년 데뷔. 이병규의 후계자로 화려하게 주목받은 프랜차이즈 스타 만년 0순위 후보. 잘생긴 외모로 서울지하철 광고에 (이윤지와 함께) 등장해 '메트로 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선수. 그러나... 재능은 갖고 있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지 못하는 선수. 준수한 성적을 거두지만 일류 급으로 성장은 못하는..

영화 <청연>에 대한 친일 논쟁을 보며.

[영화를 관람할 예정인 분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다행히도 스토리 요약은 없습니다.] 2005년 끝머리에 즈음하여 '청연'을 봤다. 일단 기본적으로 배우 장진영이 좋아 내린 선택. 영화를 보고 나온 순간 머리에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 영화 때문에 꽤 시끄러워지겠군'이었다. 역시나. 개봉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 영화에 대한 논란으로 인터넷이 난리다. 이 영화가 친일영화라는 주장의 주된 이유는 1)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지나치게 자제하였다는 것과 2) 주인공 박경원이 장거리 비행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이 제안한 '일장기 부착'을 굴욕적으로 수용하였다는 점이다. 일제 치하의 조선인을 다룬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반일적인 색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것은 36년간 치..

Film Review, "알렉산더"

알렉산더의 생애에 대한 디스크버리 채널용 필름으로는 최고. 상업영화로는 최악.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본 영화였다. 직접 예매도 했고 나름대로 기대감에 부풀어서 보았었다. 결과는 가족들에게 민망했고, 스스로는 괜찮았다. 일단 이 영화는 지루하다. "Brave Heart"나 "Gladiator"같은 영웅의 서사시나 감동의 도가니를 기대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 자체가 실존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감동하게끔 만들거나 마케도니아의 세계 정복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감독은 오히려 알렉산더라는 한 인물이 어떤 인물이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점점 편집증적이고 광적인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