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칼럼 Columns 7

"아는 여자"를 보고.

깨졌던 약속이 갑자기 부활하셔서 전혀 계획에도 없다가 갑자기 보게 된 영화. 기대라든가 예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100% 순수하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예전에 "라이어"를 봤을 때도 그랬는데, 묘하게도 이 분이랑 영화를 보면 요렇게 되더라는 말씀. 정재영의 연기는 '공공의 적'의 설경구를 연상시켰다. 관객을 답답하게 할 정도로 대화에 서툰데다가 더욱이 답답한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의 표정을 제법 잘 표현했던 것 같다. 이나영의 연기는 "쟤는 말만 안하면 돼" 라고 놀리던 수준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두드러졌다고는 말 못하겠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영화를 보는데, 그 '액자 속 액자' 형식의 영화가 사실 더 재미있었다. 연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전봇대가 주인공인 그 영화는 이제는 ..

생일 축하 감사 + 바다에 대한 단상 (싸이월드 홈피에서 옮겨옴, 4.11)

직접 말씀해주신 분들, 문자로 보내주신 분들, 방명록에 남겨주신 분들, 전화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생일 날 날씨 참 좋더군요!^^ 저 위에 써있는 Mare Nostrum은 라틴어로 "우리의 바다"라는 뜻입니다. 로마인들이 지중해를 가리켜 붙였던 별칭이지요. 대서양이니 태평양이니 하는 더 큰 바다들은 로마인들에게 아예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았다 해도 그저 세계의 끝을 나타내는 경계선의 의미를 가졌기에 그들이 그 주변부를 장악했던 조금 더 현실적인 크기의 바다인 지중해(Mediterranean : 말 그대로 땅의 가운데라는 뜻이죠. medium과 terrain을 생각하면 연상이 되죠?)가 가장 중요한 바다였겠죠. 저 말을 들으면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곤 했는데, 최..

전역 : 25개월 2주 778일, 결산.

오랜만에 쓰는 다이어리네요. 집에 인터넷도 안되고, 인터넷을 할 시간도 별로 없는 요즘은 선물로 받은 예쁜 일기장에게 "폐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경어도 써주지만 대부분 반말로 무언가 할 말을 담아놓죠. 뭘 그렇게 쓰냐구요? 글쎄요.(웃음) 2004년 1월 19일부로 병장 만기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2월 2일이 전역 예정일이었는데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저도 2주 단축의 수혜자가 되었죠. 언젠가 학교 선배가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던 모 대기업에 입사한지 1년 만에 퇴사하면서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일이 많고 몸이 힘든 것보다도 더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은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 사람 참 멋지다' 싶은 회사 선배가 없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