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뮤직 Music

최고의 리코더 콘서트 - Flanders Recorder Quartet

Melphi 2008. 2. 22. 00:30



* Concerto in A BMV 596, after Vivaldi op 3 nr 11 - 제4악장 Largo e epiccato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던 Flanders Recorder Quartet의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앵콜이 무려 4번이나 나왔던 - 그나마 다섯 번째 앵콜이 나오지 않은 건 세종문화회관측에서 조명을 올렸기 때문인 - 기가막힌 공연이었습니다.

리코더라는 악기는 보통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나 배우던 애들 악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 쪽에서는 당당히 주류악기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더군요. 악기의 종류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해서 수 십 가지에 이릅니다. 작고 청아한 소리가 일품인 대신, 볼륨이 크지 않아 소극장 단위 이상의 공연이 어려운 단점이 있지요. 하지만 청중의 입장에서는 연주자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이 더 매력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오늘 관람한 벨기에의 리코더 4인조 리코더 쿼텟 Flanders Recorder Quartet의 공연은 리코더 음악이 흘러가는 방향을 볼 수 있는 정말 멋진 콘서트였습니다. 제가 배경으로 깔아놓은 비발디의 콘체르토를 시작으로 J.S 바하와 16세기 이탈리아 음악을 들려주더니 어느덧 근대와 현대음악으로 넘어와 재즈까지 선보였지요. 무엇보다 마치 단소나 피리를 부는 것 같은 동양적인 연주 기법이나, 다른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각종 새로운 테크닉, 크기가 다른 맥주병이나 와인병으로 만드는 실험적인 연주, 1500년대에 그려진 리코더의 모습을 보고 복원한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높이 2.3m의 초대형 리코더, 앵콜 때 나온 '형사 가제트' 주제곡 까지 정말 눈과 귀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앵콜로 故 류덕희 교수가 편곡한 아리랑 등 한국민요 6곡 메들리를 연주한 것은 백미 중에 백미였지요.

공연의 구성도 구성이지만 20년동안 호흡을 맞췄다는 이 4인조의 신들린 듯한 무대가 압권이었습니다. 보지도 않고 어떻게 호흡을 맞출 수가 있는지. 멕시코에서 앵콜로만 2시간을 공연했다는 전설이 과연 사실이구나 싶더군요. 절대적인 자신감에서 흘러나오는 장난스러운 표정과 여유, 곡에 대한 해석 등 정말 "Virtuoso"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팀이었습니다. 마치 리코더 계의 비틀즈를 보는 듯 했답니다.

연주가 끝나고 나오는데, 다시 볼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이런 팀의 연주를 직접 봤다는게 너무 좋은 겁니다. 그래서 사인도 받고 CD도 사고 사진도 찍었지요 -ㅁ-;;


* 어머니와 Flanders와 함께!


* 좀 길지만 Flanders Recorder Quartet을 소개한 부분인데 전문을 소개합니다. 혹시 이 팀의 연주를 볼 기회가 생기거든 망설이지 마세요 :)